미술 작품이 꼭 갤러리 벽에 걸려 있으라는 법은 없죠.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이나 전시관, 예술 공간들을 자랑하지만 길거리 미술과 상징적인 벽화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리틀 인디아의 남아시아 구역부터 차이나타운의 활기찬 길거리까지 싱가포르의 다양한 구역을 탐방하며 예술가적 감수성을 넓혀 주고 영감을 주는 미술 작품들을 발견해 보세요.
티옹 바루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 지구이자 가장 활발한 창작 중심지 티옹 바루를 찾아 오래된 장소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세요. 옛것과 새것의 만남이 가장 잘 표현된 것이 바로 이 구역 내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벽화들입니다. 이런 길거리 미술 작품들은 현대 미술가 입유총(Yip Yew Chong) 씨의 작품으로 이 구역의 과거 모습을 주로 그립니다. 벽화에 묘사된 새장들은 수백 명의 새 애호가들이 모여 귀한 새들을 감상하던 전통 새 노래 모퉁이(Bird Singing Corner)를 표현한 것입니다.
‘Bird Singing Corner’, 입유총 作. 71 Seng Poh Lane, 싱가포르 160071.
‘Home’, 입유총 作. 74 Tiong Poh Road/Eu Chin Street, 싱가포르 160074.
‘Pasar and the Fortune Teller’, 입유총 作. 73 Eng Watt Street, 싱가포르 160073.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 벽화 탐방은 차이나타운 콤플렉스를 따라 나 있는 반다 스트리트(Banda Street)에서 출발하면 됩니다. 벽화 미술가 벨린다 로우(Belinda Low) 씨는 반 고흐의 혁신적인 후기 인상파 양식과 강한 여성들의 불굴의 정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로우 씨의 작품에는 어부부터 노동자, 삼수이(Samsui) 여성(중국의 산슈이(Sanshui) 지구 출신 이민자 여성들로 빨간색 머리 스카프로 유명)까지, 싱가포르를 세운 개척자들의 아련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차이나타운 콤플렉스에서 출발해 케옹색 로드(Keong Saik Road)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더 워킹 캐피톨 빌딩(The Working Capitol Building) 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이 공유 공간 주변의 길거리 벽은 근처 건물들에서 볼 수 있는 전통 페라나칸* 타일을 기리는 꽃 모티프로 가득합니다. 이 벽화를 그린 젊은 디자인 듀오 리플 루트(Ripple Root)는 자연과 야생 동물에서 영감을 가져온 기발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페라나칸은 인도네시아어/말레이어 단어로, ‘현지에서 태어난’이란 뜻입니다. 보통은 중국계와 말레이/인도네시아계 전통을 물려받은 후손들을 의미합니다.
이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볼 벽화는 아모이 스트리트(Amoy Street)에 있습니다. 177년된 시안 혹 켕 사원(Thian Hock Keng Temple)의 후면 벽에는 40m 길이의 벽화가 있는데, 여기에는 싱가포르 초기 호키엔 이민자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싱가포르 초기 세대들의 희망과 역경, 희생,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오늘날의 싱가포르를 건설했는지 보여 주는 내용이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Murals, 벨린다 로우 作. Along Chinatown Complex. Banda Street, 싱가포르.
The Working Capitol 벽화, 리플 루트 作. 1 Keong Saik Road, 싱가포르 89109.
‘Thian Hock Keng Mural’, 입유총 作. 시안 혹 켕 템플. 158 Telok Ayer Street, 싱가포르 068613
리틀 인디아(Little India)
리틀 인디아에 있는 힌두 로드(Hindoo Road)를 찾아가 보면 상징적인 타밀 영화 스타 라지니칸트(Rajinikanth)의 초상으로 장식된 벽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 벽화는 모하메드 줄카에르나엔(Mohamed Zulkaernaen, 보통 제로[ZERO]라는 별칭 사용)의 작품으로,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인도인 커뮤니티와 이주 근로자들에게 바치는 작품입니다. 제로는 라지니칸트의 자수성가 스토리를 듣고 감동을 받아, 이 벽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그의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세랑군의 벨릴로스 레인(Belilios Lane)에 가면 이와는 대조적이지만 아름다움 면에서는 그에 못지않은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이풀(Psyfool)이라는 싱가포르 아티스트가 그린 이 작품은 앵무새 별점(타밀 나두[Tamil Nadu]의 타밀인들 사이에 인기 있는 점 형태), 침구류 세탁, 화환 만들기 같은 이 지역 남아시아인들의 전통적인 직업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Working Class Hero’, 제로 作. Carpark. 11 Hindoo Road, 싱가포르 209110.
‘Traditional Trades of Little India’, 사이풀 作. Wall of side alley along Belilios Lane, 싱가포르 219955.
맥퍼슨(MacPherson)
예술적 영감을 받으려고 꼭 루브르나 MoMA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맥퍼슨(MacPerson)의 HDB(Housing Development Board, 주택개발이사회) 건물에서 출발해 싱가포르 한가운데를 거닐어 보세요. 이 지역은 아름다운 세인트 앤드류스 성당(Saint Andrews Cathedral)을 설계한 로널드 맥퍼슨 중령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곳입니다.
피핏 로드(Pipit Road)의 블록들 중 하나의 아래에 있는 빈 데크를 찾아가면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의 복제화와 마주하게 됩니다. 미술 조합 소셜 크리에이티브즈(Social Creatives)의 작품인 이 벽화는 스페셜 커뮤니티 프로젝트 어워드 수상작으로, 거주 단지 내 공공 공간을 대중을 위한 미술관으로 바꾸기 위한 이니셔티브의 일환입니다.
소셜 크리에이티브즈의 최고 책임자 파리스 압둘카디르 바샤라힐(Faris Abdulkadir Basharahil)은 미술이 가장 기본적인 의사 소통 수단임을 강조하면서 벽화와 동굴 벽화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얘기합니다.
‘Starry Night’ 복제화, 소셜 크리에이티브즈 作. Void deck of Block 56 Pipit Road, 싱가포르 370056.
하지 레인
하지 레인에 숨어 있는 블루 재즈 카페(Blu Jaz Café)는 다양한 DJ, 재즈 아티스트, 라이브 음악 애호가들이 모이는 인기 바입니다. 중앙 아메리카에서 가져온 영감을 바탕으로 그려진 바 주변의 벽화 구경을 시작하기 전에 윈도우 쇼핑을 조금 하시면 좋습니다.
가볼 만한 또 한 곳은 더 싱가푸라 클럽(The Singapura Club) 벽화로, 15m 높이의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해 터반을 두른 남자가 차이(Chai)를 마시는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싱가포르 아티스트 세노2(Ceno2)의 작품으로, 아랍 쿼터(Arab Quarters)의 전통을 보여 줍니다.
블루 재즈 카페 벽화, 디디에 ‘자바’ 마튜 作. Blu Jaz Café. 11 Bali Lane, 싱가포르 189848.
더 싱가푸라 클럽 벽화, 세노2 作. The Singapura Club. 36 Haji Lane, 싱가포르 189229.
에버튼(Everton)
에버튼 공원(Everton Park)의 좁고 한적한 구역을 찾아 (말 그대로) 추억의 길을 따라 내려가 보세요. 에버튼 로드(Everton Road) 바로 건너편에 몇몇 가게와 테라스들이 모여 있는 보존 구역 블레어 플레인(Blair Plain)이 있습니다. 이곳의 벽들은 길거리 이발사, 중국인 가정부, 옛 생필품 가게 등의 모습을 그린 현대 미술가 입유총의 벽화 작품들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 나이든 세탁부를 그린 벽화는 전통 빨래판의 홈이 면 전체적으로 파여 있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 후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작가가 다시 그린 작품입니다.
‘Amah’, 입유총 作. 40 Everton Road, 싱가포르 089393.
‘Barber’, 입유총 作. 39 Everton Road, 싱가포르 089392.
‘Provision Shop’, 입유총 作. 8 Spottiswoode Park Road, 싱가포르 088635.